북한 3차 핵실험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오전 11시 57분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강행한 3차 핵실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월 12일 오후 2시 43분 제3차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번 핵시험은 이전보다 폭발력은 크면서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는 표현으로 이번 핵실험에 사용된 물질이 기존의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우라늄(HEU)임을 시사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이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9(기상청, 지질자원연구원,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분석)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됨에 따라 즉시 감시 장비를 총동원해 이를 공식 확인했으며, 이번 핵실험 강행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유엔 안보리 등이 강력한 제재를 천명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다시금 급격히 냉각되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의 위력은 앞서 행해진 1차(2006년 10월 9일 실시, 추정 폭발력 1kt), 2차 핵실험(2009년 5월 25일 실시. 추정 폭발력 2∼6kt)에 비해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인공지진의 진도 4.9를 기준으로 할 때, 핵실험의 위력이 약 6~7kt(킬로톤)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규모 3.9에 폭발력 1kt이던 1차 핵실험이나 4.5에 폭발력 2~6kt이던 2차 핵실험에 비해 파괴력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북한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40kt에 이른다는 독일 정부 산하 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6∼7kt의 5배가 넘는 위력으로, 슈피겔은 「연방지질자원연구소(BGR)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핵실험 폭발력은 40kt에 이르며 감지된 지진파의 리히터 규모는 4.9∼5.2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국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4.9, 일본 기상청은 5.2의 지진파 규모 측정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USGS는 핵실험 직후 4.9로 발표했던 규모를 다음 날인 2월 13일, 5.1로 수정해 발표했다. 이는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대부분 10킬로톤을 넘어선 것으로, 폭발력 10킬로톤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으로 통한다.

북한의 이번 3차 핵실험 방법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3차 핵실험 강행 사실을 공개하면서 「다종(多種)화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1ㆍ2차 핵실험에 이용한 플루토늄이 아니라 고농축우라늄(HEU)을 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로는 크게 HEU와 플루토늄이 있는데, 우라늄을 사용했는지 그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핵실험 후 공기 중으로 새어나온 가스를 포집해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핵분열 시 방사능 핵종(核種)인 제논(Xe)과 크립톤(Kr)이 나오는데, 크립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우라늄탄, 제논이 높으면 플루토늄탄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극히 미량인 데다 대기가 불안정할 경우 포착이 쉽지 않은데, 실제로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도 한ㆍ미 정보당국은 대기 중 핵물질 샘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의 이번 실험이 HEU에 의한 저출력 핵실험으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HEU를 양산하는 체제에 들어간다면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종료됐음을 뜻하는 것이자, 20년 넘게 정부와 국제사회가 노력해 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과 외교적 대응이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3년 3월 8일,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핵ㆍ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의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의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는 지난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23일 만에 나온 것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과 관련된 6번째 결의다.



새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들에게 핵이나 탄도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금 등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이 금수 물품을 적재했다는 정보가 있을 경우 화물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앞으로 북한 외교관들은 국제사회의 철저한 감시대상이 되며, 항공기를 이용한 불법화물 검색과 단속조치도 처음으로 이번에 포함됐다.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품목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이 북한과 수출입 거래를 하지 말도록 촉구한 이른바 캐치올(catch-all, 모두 잡는다는 뜻) 조항도 권고에서 의무사항으로 바꿨다.



이번 결의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비군사적 강제조처를 규정한 유엔헌장 41조를 원용한다고 밝혀,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에 구속력을 갖는다.

북한의 이번 3차 핵실험은 이전 두 차례에 비해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에 접어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기폭장치(핵물질이 1000분의 1초 만에 핵반응을 일으키도록 충격을 가하는 것)와 같은 핵기술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 ▲미사일에 탑재할 핵물질의 소형화ㆍ경량화 ▲대기권 재진입 능력 등 네 가지가 충족돼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100차례가 넘는 기폭장치 실험을 통해 핵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12월 12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미사일로 사용할 경우 사정거리가 1만 5000km로 미국 본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물질 소형화에 성공하고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할 경우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이 곧장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무기 보유를 과시할 수는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 지위는 얻을 수 없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ㆍ영국ㆍ러시아ㆍ중국ㆍ프랑스 등 5개 국가다.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허용받지 못한 나라들도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그 중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인도ㆍ파키스탄의 경우 5~6차례의 실험을 거친 뒤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들 국가는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인데, 이들 국가 다음으로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의 핵안보 위협이 높아지고 남북 간 핵개발 불균형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그동안 비핵화를 전제로 접근했던 북핵 문제 해법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비핵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더 이상 비핵화를 전제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을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확산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비확산 문제를 강조하다 보면 북한의 핵보유 인정은 물론 추가적인 핵개발을 방치하게 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또한 비확산 정책을 채택할 경우 대화의 중심이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핵을 가진 국가인 북미 간 대화로 이동하게 돼 결국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소외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독자적 핵무장 얘기도 나오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무장 찬성론자들은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100% 믿을 수 없으니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일단 한국에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군사동맹인 미국뿐 아니라 핵 기득권을 가진 중국, 러시아 등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의 핵무장을 위해서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과 한ㆍ미 원자력협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3년 현재 한국을 포함해 189개국이 가입해 있는 NPT는 미국과 구(舊)소련 주도로 1970년 발효된 조약으로, 당시까지 핵무기를 갖지 못한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NPT가 인정받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다.



또 장애물이 되고 있는 한ㆍ미 원자력협정(1974년 발효)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생성된 핵물질을 재처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플루토늄 등 핵무기 재료는 재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이 협정 때문에 원자력에 재활용하기 위한 핵연료도 얻지 못해 오래전부터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협정 개정을 추진해 왔지만, 미국은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