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북핵문제의 방파제, 미중경제전쟁

 2020-01-13 12:38:15  내일신문 게재,  이창열 AP글로벌컨설팅 중국센터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새해 초 북한은 북핵 관련 ‘새로운 길’의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대신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만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위로부터의 해결’ 여지를 남겼다. 이로써 연초의 북핵 고비는 넘어갔다.

우리는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과정에 과하게 매몰되어 있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북핵문제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없으면 대북제재 하에서 주민들의 생존유지가 어렵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없으면 집권층의 체제유지가 어렵다. 중국은 북핵문제의 해결보다 북한의 붕괴를 걱정한다. 미국은 북한의 붕괴보다 핵문제의 악화를 우려한다. 미중간 다른 입장이 북핵문제 해결을 수십년간 끌어왔다.

최근 미중경제전쟁은 이러한 ‘미중간 다른 입장’이 어떻게 조율되면서 북핵문제에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준다.

미중경제전쟁 발발 전인 2017년. 막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예상과 달리 대외정책의 최우선과제로 북핵문제를 선정했다. 이해관계의 저울질에 능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이 중국의 협조에 있다고 보았고, 대선과정에서 제기한 무역적자 환율 기술요구 해킹 등의 이슈를 압박수단으로 활용했다.

2017년 4월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협조하면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미중경제전쟁을 뒤로 미루겠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그해 말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하는 데 올인하는 시기였기에 미중갈등을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중국은 8월 이후 북한의 석탄·철·철광 수출 금지, 대북투자 금지, 정유제품공급 연 50만 배럴 내 감축, 북한 해외노동자 24개월 내 송환 등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했다. 달러 부족 등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북한은 상황의 반전을 모색해야 했다.

시진핑 장기집권 위해 북한제재 협조

미중경제전쟁이 발발한 2018년. 북한은 2월 평창올림픽, 4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6월 미북정상회담으로 제재 국면 타개에 나섰다.

19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시진핑 주석의 집권 기반을 확고히 한 중국은 3월 이후 북중정상회담 등 북중관계의 복원에 나섰다.

미국은 4월 미중경제전쟁을 시작한다. 미중경제전쟁 초기인 5월 중국내 2인자인 왕치산 부주석이 외국기업과 외교관에게 “역사의 밀물과 썰물에서 줄을 잘 서라”고 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미중경제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예상 밖으로 약세를 드러냈고 시진핑 주석은 9월 “중국이 자력갱생의 길로 몰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10월 북한 건국 70주년 행사에 시진핑 주석 참가설이 나왔으나 필자는 미중경제전쟁의 열세 상황에서 미국의 북핵문제 해결 노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시 주석의 방북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대신 방북했다.

미중경제전쟁이 체제경쟁으로 업그레이드된 2019년.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3월 이후 홍콩의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계속됐다. 미국이 홍콩사태까지 대중국카드로 쓰려고 하자, 6월 시 주석이 북핵문제를 대항카드로 쓰려고 방북했다. 그러나 북한이 전통적 우호관계만 강조하면서 미중간 줄타기를 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미중경제전쟁은 앞으로 북핵문제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까.

건당 백주년 맞는 중국 운신폭 좁아

첫째, 미국은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따른 긴장고조보다 대선국면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안정적 관리에 노력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도발을 할 경우 국내 여론을 의식하여 강한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둘째, 중국은 2021년 ‘공산당 건당 백주년’까지 ‘전면적 소강사회의 건설’을 하겠다는 목표에 매진하고 있다. 빈곤층의 완전 해소와 전 국민의 기본적인 경제·문화 생활을 보장한다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목표달성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노력에 차질을 불러올 미중경제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중국으로서는 북한 도발 시 미국이 요구할 대북제재 참가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셋째 북한은 대북제재 강화에 중국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면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상대적 우세가 예상되는 미중경제전쟁은 북핵문제의 파장이 일정한 범위를 넘어가지 않도록 방파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